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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생각은 영혼의 언어이다'
오랜만에 고향에 혼자 내려왔다.
개인적인 일을 일찍 마치고
할머니, 할아버지 산소에
발걸음이 옮겨졌다.
산소에 한참을 앉아 있노라니
예쁜 산새소리와
간간이 지나가는 신작로의
차 소리만 고요한 적막을 깨운다.
새벽녘 차가운 볼이
얼굴에 닿는 느낌에
깊은 잠을 자고 있던 아이가
잔뜩 얼굴을 찌뿌리며
"고만해 할머니...!! 잠온다고.."
하며 짜증을 낸다.
아랑곳 하지 않으시고
"우리 장손"
"아이고 내 새끼"하시며
당신의 얼굴을 손바닥만한
내 뺨에 연신 부비시던 할머니는
오늘도 새벽예배에
다녀오시는 길임에
분명하다.
그렇게 싫었던 새벽녘
아련한 기억이 그리워
'할머니...'하며
나지막히 불러본다.
아마도 할머니는
그 사랑을 내볼에
담고 싶으셨나 보다.
'그렇담 성공하셨네요 할머니...'
가끔 새벽녘
새벽기도를 마치고
자고 있는 초등생 아들 볼에
차가운 내 볼을
정신없이 부비는 것도
누군가 할머니에게 남겨주셨을
그 사랑의 기억을
남겨주기 위해서리라...
빗방울이 떨어진다
산을 내려오는 길...
마을 어귀에 서서
저~멀리 큰 손주가
완행버스를 탈때까지
들어가지도 않으시고
손을 연신 흔드시던 할머니...
그 할머니가 그리워
뒤를 돌아본다
"할머니 나 가께,
휴가때 아버지하고 들를께요.."
갑자기 비가 쏟아진다
할머니 대답처럼 얼른 가라며...
2017. 6. 6 오후 2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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