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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와 수필

대물림(essay)

by 마음의 근육 2024. 2. 12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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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생각은 영혼의 언어이다'


오랜만에 고향에 혼자 내려왔다.

개인적인 일을 일찍 마치고 
할머니, 할아버지 산소에
발걸음이 옮겨졌다.


산소에 한참을 앉아 있노라니
예쁜 산새소리와
간간이 지나가는 신작로의

차 소리만 고요한 적막을 깨운다.

새벽녘 차가운 볼이
얼굴에 닿는 느낌에

깊은 잠을 자고 있던 아이가
잔뜩 얼굴을 찌뿌리며

"고만해 할머니...!! 잠온다고.."
하며 짜증을 낸다. 


아랑곳 하지 않으시고
"우리 장손"
"아이고 내 새끼"하시며

당신의 얼굴을 손바닥만한
내 뺨에 연신 부비시던
할머니는
오늘도 새벽예배에
다녀오시는 길임에

분명하다.

그렇게 싫었던 새벽녘
아련한 기억이 그리워

'할머니...'하며
나지막히 불러본다.


아마도 할머니는
그 사랑을 내볼에
담고 싶으셨나 보다.

'그렇담 성공하셨네요 할머니...'

가끔 새벽녘
새벽기도를 마치고

자고 있는 초등생 아들 볼에
차가운 내 볼을

정신없이 부비는 것도

누군가 할머니에게 남겨주셨을
그 사랑의 기억을
남겨주기 위해서리라...

빗방울이 떨어진다

산을 내려오는 길...

마을 어귀에 서서 
저~멀리 큰 손주가
완행버스를 탈때까지

들어가지도 않으시고
손을 연신 흔드시던 할머니...

그 할머니가 그리워
뒤를 돌아본다

"할머니 나 가께,
휴가때 아버지하고 들를께요.."


갑자기 비가 쏟아진다
할머니 대답처럼 얼른 가라며... 


2017. 6. 6 오후 2시

사랑하는 나의 할머니, 할아버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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